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을 언급하면 '아톰'과 '밀림의 왕자 레오'가 떠오르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 두 작품을 통해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이 '어린이 만화'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튜버 '마이너갤러리뷰(일명 마리갤)'의 데즈카 오사무 작품 리뷰를 보며 그의 다양한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그의 작품들이 가진 폭넓은 주제의식과 가치관을 알게 되었으며, 데즈카 오사무가 일본 서브컬처의 시초였다는 주장에도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되었다.
그가 그린 작품 중에는 꽤 무거운 주제를 다룬 것들이 많다. 그 중 일부 작품들은 뇌정지가 올 정도로 충격적이기도 하다. 이런 작품 중 하나가 '키리히토 찬가'이다.
이 작품은 '개인간'이 된 인간들과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욕망과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기괴하고 선정적인 장면들로 인해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게 된다. 이런 창작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변태성이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렇지만 작품 안에는 차별의 상대성과 상호 이해라는 철학적 교훈이 담겨 있다.
'몬모우병'이라는 특정 지역에서만 발현하는 병에 걸린 환자들은 병이 진행될수록 개의 모습으로 변하며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들은 완전히 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처럼 직립보행을 하는 '개인간'이 된다.
주인공은 의사로, 몬모우병의 실체와 치료법을 연구하기 위해 발현지로 찾아가 생활하다가 병에 걸려 개인간이 된다. 이후 음모에 휩쓸린 것을 알아차리고 복수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생각보다 '몬모우병'에 대한 서스펜스는 크지 않다. 병에 대한 설명이 작품 내에서 충분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개인간을 통해 나라와 인종, 그리고 원치 않은 형태로 태어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잘 드러난다.
하지만,
개인간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은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주인공을 사랑한 여성들도 있지만, 개인간의 특이성 때문에 이상성욕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퍼리'라는 개념의 실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데즈카 오사무가 이상성욕의 표현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낸 것 같다. 실제로 이 이상성욕은 이런 형태로 욕정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작가 스스로가 작품을 통해 실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작가 사후 2014년도 즘 작가의 딸이 공개한 천여 점의 스케치에는 의인화된 동물의 성적 표현들이 담겨 있다고 한다. 작가의 취향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크게 없을 것 같다.
표현과 구성은 매우 역동적이다. 특히, 인물들의 고뇌, 공포, 분노 등의 심리 표현 부분이 일품이다.